8년간 감독 7명 앉힌 ‘조급증’… 롯데 팬들 “또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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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맹렬한 무더위 속에서 부산 야구 팬들은 ‘구도(球都)’의 자존심을 되찾을 희망에 차 있었다. 매년 봄에만 반짝 잘한다고 해서 ‘봄데’라 놀림받던 프로야구 롯데가 안정적으로 3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직구장엔 롯데 팬들의 응원가 ‘부산 갈매기’가 어느 때보다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4위에 여유 있게 앞서던 롯데는 8월 7일부터 12연패(連敗) 수렁에 빠졌다. 9월 반전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4승 13패. 10팀 중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고 순위는 7위로 뚝 떨어졌다. 끝내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 지난 26일 마지막 홈경기가 끝나고 롯데 선수들은 사직구장에서 ‘팬 여러분들의 성원과 질책을 가슴에 새기고 훈련에 끊임없이 매진하여 철저히 준비해서 찾아뵙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펼쳐 들고 고개를 숙였다. ◇감독 평균 재임 기간 1.1년
해마다 반복되는 롯데 야구의 실패는 구단 전반에 뿌리 깊게 박힌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기다려주지 않는 모기업의 ‘조급증’, 잦은 사령탑 교체와 갈팡질팡 인사, 선수단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리더와 팀 문화의 부재(不在)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른 기업 구단도 비슷한 상황을 겪지만, 롯데는 특히 야구단 대표이사와 단장 자리에 그룹 계열사에서 파견한 인사들을 빈번하게 활용했다. 롯데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과거 롯데엔 야구를 제대로 아는 단장이 드물었고, 유독 ‘인사 실패’ 사례가 많았다”고 했다. 최근엔 야구계 인사를 기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야구’가 기준이 되지 않고 ‘모기업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야구계 관계자는 “롯데는 문제가 생기면 당장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장기 계획을 나름 가졌던 단장들도 모기업의 압박에 급하게 성과를 내려다 방향이 틀어지곤 했다”고 했다. ◇팀에 ‘중심’도, ‘허리’도 없다
올 시즌 막바지 롯데가 무너진 시점은 주장 전준우(39)의 부상 시기와 거의 겹친다. 전준우가 이탈하면서 팀의 중심을 잡을 고참 선수가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잦은 감독 교체 등으로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사이 세대교체에 실패한 롯데는 팀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타선의 주축인 윤동희(22)·나승엽(23)·고승민(25) 등 젊은 타자들이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팀의 리더가 되기엔 역부족이다. 한 고교 야구팀 감독은 “롯데는 10년 가까이 드래프트 상위 순번을 많이 가져가며 좋은 재목들을 뽑고도 선수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민호가 2018년 삼성으로 이적한 이후 8년째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한 포수 포지션은 구단 운영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지적된다. 2023년 80억원을 투자해 FA로 영입한 유강남은 기대를 밑돌고 있다. 내야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도 명확한 주전 없이 여러 선수로 ‘돌려 막기’ 하는 등 약점이 보완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