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형우가 선사한 낭만, ‘착한 형’ 오승환에게 기꺼이 조연이 되다…뜨거운 포옹, 꽃범호 ‘작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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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보스’ 오승환(42, 삼성 라이온즈)이 떠났다. 오승환은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마지막 홈 경기서 특별엔트리를 통해 1군에 등록, 5-0으로 앞선 9회초에 마운드에 올랐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특별엔트리를 통해 1군에 등록하며 부담 없이 ‘마지막 승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오승환이 은퇴선언 후 꾸준히 운동을 했지만, 그래도 1이닝을 다 소화하기엔 무리일 수 있었다. 삼성은 애당초 오승환에게 딱 한 타자만을 맡길 요량이었다.
그리고 그 타자는 최형우(42, KIA)였다. 최형우는 대타로 등장해 볼카운트 2S서 4구 몸쪽 138km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그러자 최형우는 마운드에 올라 오승환과 마지막 포옹을 나눴다. 경기를 중계방송한 MBC스포츠플러스 한명재 캐스터와 김선우 해설위원은 일제히 ‘최고의 낭만’이라고 했다.
사실 여기엔 이범호 감독의 배려가 숨어있다고 봐야 한다. 시계를 9월10일 광주 삼성전으로 돌려보자. 오승환의 광주 은퇴투어였다. 이날 최형우는 평소 좋아하던 형 오승환에게 특별히 감사패를 직접 전달하는 자리를 가졌다. 은퇴투어를 하면 구단이 선수에게 선물을 주는 게 보통인데, 최형우는 KIA 구단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감사패를 줬던 것이다.
그 정도로 오승환에 대한 최형우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11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잠깐 만난 그는 오승환을 두고 ‘착한 형’이라고 했다. 자신은 ‘척하는’ 사람을 싫어하는데, 오승환은 야구로 탑을 찍고도 늘 변함없는 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최형우는 마지막 바람을 드러냈다. 바로 오승환과의 최후의 승부였다. 이미 KIA가 오승환의 은퇴식 상대 팀으로 결정돼 있던 상황. 최형우는 “대타로 나가서 마지막으로 한번 붙고 싶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범호 감독이 실제로 그 바람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최형우는 비록 삼진을 당했지만, 그가 프로에서 당한 모든 삼진 중 가장 기분 좋은 삼진이었을 것이다. 마운드에 올라가 오승환과 포옹하는 최형우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또 한번 울 줄 알았더니, 마지막에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