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는 10일(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평가전에서 3-0으로 이겼다. 그러나 경기 후 투헬 감독은 7만 8000여 관중이 만든 미온적인 분위기에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잉글랜드 축구와 팬들의 지지를 사랑하지만 오늘의 응원은 경기력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투헬 감독은 “세르비아 원정에서는 환상적인 응원을 받았다. 그런데 오늘은 20분 만에 3-0으로 앞서고도 경기장이 너무 조용했다. 왜 경기장 지붕이 그대로 있는지 의문이었다”라고 꼬집으며 “우리가 팬들을 다시 열광하게 만들겠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실망스러웠다"라고 강조했다.
방송 인터뷰에서도 그는 “초반 30분 동안은 웨일스 팬들 목소리만 들렸다. 솔직히 슬펐다”고 털어놨다.
‘BBC’에 따르면 일부 잉글랜드 팬들은 경기 도중 종이비행기를 던지며 지루함을 드러냈다. 잉글랜드축구팬협회(FSA)는 “더 나은 응원 문화를 바라는 마음은 공감한다. 다만 팬들이 주중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겪는 어려움도 이해하길 바란다”고 반응했다.
웸블리의 밋밋한 응원은 오래된 문제로 꼽힌다. ‘BBC’는 “2008년 이후 웸블리의 조용한 분위기를 언급한 감독은 투헬이 처음이 아니다”고 전했다.
파비오 카펠로 전 감독은 “웸블리에서는 첫 실수에 팬들이 야유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원정에서 더 자신 있게 뛴다”고 말한 바 있다. 로이 호지슨과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전 감독도 팬들의 낮은 열기와 관심 부족을 지적했다.
투헬의 직설적인 화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과거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의 태도를 두고 “역겹다”고 표현했다가 “부적절한 단어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그의 발언은 늘 화제를 낳는다.
‘BBC’는 이번 논란을 단순한 비판이 아닌 ‘제안’으로 해석했다. “투헬의 말은 웸블리의 응원 문화를 개선하자는 문제 제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잉글랜드축구팬협회는 최근 홈경기 응원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회원들로부터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잉글랜드 팬들의 응원 열기가 낮은 이유로 경기의 긴장감 부족을 꼽는다. 잉글랜드는 최근 대부분의 예선전에서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웨인 루니 전 주장은 ‘BBC’ 팟캐스트에서 “잉글랜드 경기는 대부분 결과가 예측 가능하다. 때로는 지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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