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컵, 다 이긴다던 미국은 왜 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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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베스페이지 블랙에서 열린 라이더컵을 제패하며 미국의 홈 10년 무패 신화가 무너졌다. 유럽은 29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12개 싱글 매치에서 1승 5무 6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으나 총점 15 대 13으로 2점 차 승리를 거머쥐었다. 유럽팀은 이로써 지난 2023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라이더컵에서 16.5-11.5로 승리한 후 원정 경기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유럽팀이 미국에서 라이더컵을 차지한 건 지난 2012년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대회 첫 이틀간 유럽이 보여준 눈부신 퍼팅과 팀워크를 이유로 드는 이가 많다. 미국 주장 키건 브래들리도 “유럽이 믿기 어려울 만큼 퍼트를 잘 넣었다”며 탄식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리더십 실패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루크 도널드가 이끄는 유럽팀은 데이터와 시스템, 그리고 조직력을 앞세워 적지에서 13년 만의 원정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10여 년간 ‘홈팀 대승’의 원칙이 지배하던 라이더컵에서 미국은 왜 졌을까. 미국은 마지막 날 싱글 매치에서 6승5무1패로 앞섰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격차였다. 오히려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유럽을 앞서는데도 팀으로는 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초반 포섬과 포볼에서 7점 차로 뒤진 것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세 가지 패인을 짚어본다. 1. 과학 대신 애국심 호소
미국은 2016년 헤이즐틴(미네소타), 2021년 위슬링 스트레이츠(위스콘신)에서 압승할 때 ‘태스크 포스’팀을 운영하는 조직적 혁신이 있었다. 폴 에이징어가 2008년 도입한 세션별 라인업과 데이터 기반 매치업, 그리고 캡틴과 부캡틴이 유기적으로 일하는 시스템이 그 토대였다. 데이비스 러브 3세와 스티브 스트리커는 심지어 선수들이 마시는 물과 식단, 이동 동선까지 세세히 점검하며 성과를 냈다. 그러나 2023년 로마 대회 참패 뒤 미국은 이를 일시적 불운으로 치부했고, 이번에는 다시 ‘감’과 ‘애국심’에 의존했다. 2024년 여름 키건 브래들리를 주장으로 급히 선임한 것이 상징적이다. 브래들리는 10년간 라이더컵과 무관했고 부주장 경험도 없었다. 브래들리는 선수들과 가까웠고, 선수로서도 최근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활약을 보이고 있었지만 캡틴으로서는 경험 부족이었다. 2년 전 로마 대회를 승리로 이끈 도널드의 노련한 팀을 상대로는 준비가 부족했다. 대회를 앞두고는 2001년 9·11 테러 희생자 유족을 연사로 초청해 선수들의 애국심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포섬 첫 세션에서 통계상 최악의 조합이던 모리카와–해리스 잉글리시를 기용했다가 대패했고 다음 날에도 같은 조를 다시 내보내는 실수를 반복했다. 러셀 헨리–스코티 셰플러 조는 티샷하는 홀을 잘못 선택해 초반 분위기를 내줬다. 이런 세부 결정들은 사소해 보이지만 빙산의 일각이었다. 미국은 이미 갖춰놓았던 과학적 시스템을 버리고 주장 개인의 감각에 의존하다 자멸했다.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