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은 물론, 동료 후배들의 뜨거운 사랑 속에서 오승환이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은퇴 경기를 선물 받았다.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의 올시즌 마지막 홈경기. 전구장을 돌며 은퇴투어를 이어온 오승환의 진짜 마지막 무대였다.
중위권 순위 경쟁 탓에 오승환의 등판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1회부터 삼성 디아즈가 스리런포를 터트리며 분위기를 달궜다.
믿고 보는 선발 아리엘 후라도가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8회가 끝났을 때 스코어는 5-0. 무대가 준비됐다.
9회초, 불펜에서 몸을 풀던 오승환이 양쪽으로 도열한 후배 투수들의 인사를 받으며 마운드로 향했다.
오승환의 광주 은퇴투어 때 눈물을 흘린 최형우가 대타로 등장했다. 헬멧을 벗고 90도로 인사한 최형우, '마지막 승부'가 시작됐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 본 최형우가 2구 연속 파울 타구를 만들어 내며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 4구째 138km 포크볼, 최형우는 다리가 풀릴 정도로 크게 헛스윙하며 삼진을 헌정했다.
오승환이 고맙고 미안하다는 듯 팔을 들어 최형우를 가리켰다. 최형우는 마운드로 걸어와 '사랑하는 선배'를 뜨겁게 끌어안았다. 어떻게 이런 낭만파들이 아직 생존해 있는 것일까.
경기 후 진행된 은퇴식에서는 KIA 양현종이 선수협 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오승환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1루쪽 KIA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도 양현종은 끝까지 남아 오승환의 은퇴식을 함께했다.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마지막으로 헹가래까지 받은 오승환. 그 장면을 감상에 젖은 눈빛으로 지켜본 양현종의 모습은 더욱 인상 깊었다
최형우의 헌정 삼진, 끝까지 은퇴식 지킨 양현종. '끝판대장 오승환, 참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