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서 LG가 NC에 진 상태로 경기가 끝났기에 한화는 아직 역전 우승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1일과 3일 모두 이기면 타이브레이커를 만들 수 있었다. 이 단판 승부에서 LG를 이긴다면 정규시즌 우승이 가능했다. 그러나 1일 경기에서 패하면서 모든 가정이 무의미했다. 경기 막판 김서현의 충격적인 난조가 있었지만, 경기 초반에도 아쉬운 플레이가 있었다. 한화는 이날 리그 최고 투수인 코디 폰세가 선발 등판한 가운데 1회 박성한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0-1로 뒤졌다. 하지만 3회 경기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3회 선두 최재훈이 볼넷을 고른 것에 이어, 심우준의 희생번트 때 3루수 안상현의 실책으로 무사 1,2루가 된 것이다. 여기서 SSG는 상대 좌타 라인을 고려해 좌완 박시후를 두 번째 투수로 올렸다. 한화 벤치는 손아섭에게 번트 사인을 낸 것으로 보였다. 일단 타격 자세를 취한 손아섭은 투구와 동시에 배트를 내리고 번트를 댔다. 그런데 이 결과가 좋지 않았다. 번트가 포수 앞에 떨어졌다. 포수 조형우가 곧바로 주워 들고 3루로 던졌고, 2루 주자를 3루에서 잡아냈다. 번트 실패였다. 1사 2,3루를 만들고 일단 경기를 뒤집으면 선발 폰세를 믿고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손아섭의 번트 실패는 흐름을 끊는 셈이 됐다. 물론 2사 후 문현빈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기는 했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손아섭의 번트 실패 이후 바로 교체했다. 1루에 나간 손아섭을 대주자 황영묵으로 바꾼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몸 상태에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다. 최근까지 하체 부상이 있었던 손아섭의 주력을 고려해 황영묵으로 바꾼 것이다. 다만 경기 초반인 3회라는 점에서 보통의 김경문 감독 스타일은 아니다. 결국 번트 실패, 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시선도 있다. 어느 쪽이든 손아섭은 이 중요한 경기를 일찍 마치는 신세가 됐다. 팀도 져 손아섭 또한 마음의 빚이 남아 있을 법했다. 손아섭은 올 시즌 중반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한화와 NC의 트레이드 당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는 당시 타격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베테랑 좌타자인 손아섭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결국 딜을 성사시켰다. 한화는 2026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3억 원을 손아섭의 대가로 넘겼다. 올해 잔여 연봉까지 고려하면 지명권과 약 5억 원 정도를 지출한 셈이었다. 다만 이적 후 성적은 다소 기대에 못 미친다고 봐야 한다. 물론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끈 경기들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적 후 35경기에서 타율 0.265, 1홈런, 1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89의 성적은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였던 손아섭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당장 올해 NC에서 뛴 76경기에서 타율 0.300,OPS 0.741을 기록했던 손아섭이다. 잔부상이 겹치며 시즌 막판 흐름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 김경문 감독이 이날 실패로 손아섭을 배척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