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방장’ 염경엽이 ‘방졸’ 이숭용에게 감동 준 사연… 그래도 “올라가면 무조건 잡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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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염 감독과 이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상당 부분 닮아 있다. 물론 디테일적으로 들어가면 다른 부분도 있지만, ‘강속구’나 ‘기동력’ 등 몇몇 부분은 단순한 단어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키워드도 꽤 닮은 경우가 많다. 이 감독은 이런 부분에 대해 염 감독의 영향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현역 시절부터 오랜 기간 영향을 받았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염 감독은 1991년 태평양에서 1군에 데뷔해 2000년 현대에서 1군 생활을 마쳤다. 이 감독은 1994년 태평양에 입단해 현대를 거쳐 히어로즈까지 경험하고 2011년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 현역 시절이 꽤 겹치고, 염 감독이 이 감독의 선배다. 당시는 위계질서가 지금보다도 굉장히 더 엄격할 때였다. 그런데도 염 감독은 이 감독의 ‘위상’을 챙겨주는 선배였다. 그래서 이 감독은 염 감독을 더 고맙고 인상적인 선배로 기억한다. 이 감독은 “염 감독님은 나랑 룸메이트를 오래 하셨다. 기억에 남는 여담이 있다. 룸메이트였을 때 보통 원정에 가면 (한 방에) 큰 침대가 있고, 작은 침대가 있다. 염 감독님이 기억하실지는 모르겠는데, 염 감독님은 그때 백업이었고 나는 주전이었다. 방에 딱 들어갔는데 염 감독님이 작은 침대에 앉아 계신 게 아닌가”면서 “그래서 ‘형님, 왜 거기 앉아 계세요, 큰 침대 쓰세요’라고 하니 ‘아니, 너는 주전이고 나는 백업이니까 네가 큰 침대를 써라’고 하시더라”고 옛 기억을 추억했다. 염 감독도 이런 과거를 굳이 부끄럽다고 숨기지 않는다. 염 감독은 현역 시절 박진만이라는 유격수가 입단한 뒤 자신은 백업의 임무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주전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기량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도자 공부를 했다. 염 감독은 “그때 더그아웃에 앉아 노트에 상대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을 분석하고, 주자들의 버릇을 빼곡하게 적었다”고 회상할 정도다. 그 경험이 모여 결국 지금의 ‘감독 염경엽’을 만들어냈다. 이 감독도 이를 증언한다. 이 감독은 “염 감독님이 백업으로 가면서 준비하는 과정을 나는 다 봤다. 스탑워치를 눌러대고 슬라이드 스텝을 체크하고, 포수가 2루 송구하는 것을 일일이 다 체크했다. 그 공부를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이분은 뭐가 돼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정규시즌 우승 2회 감독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닌 셈이다. 그런데 그런 이 감독이 염 감독의 두 번째 정규시즌 우승에 도움(?)을 줬다. 1일 인천 한화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하면서 LG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어 준 것이다. 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한 것”이라고 다소간 곤란한 기색을 드러냈다. 마치 한화를 배척하고, LG를 밀어줬다는 인상 때문에 그런 것이다. 게다가 염 감독과 친분도 있었으니 더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이 감독의 말대로 SSG는 이날 불펜 필승조를 모두 쓰지 않았고, 홈 최종전이라 주전 야수들만 총동원해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