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이 포스트시즌 들어 계속 벤치만 덥히다 1루를 밟는 순간 팀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보냈다. 김혜성은 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 4차전서 1-1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1사 1루서 대주자로 투입, 팀의 2-1 끝내기 승리를 만든 득점을 올렸다.
김혜성은 신시내티 레즈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시리즈 2경기에 이어 디비전시리즈 1~3차전서도 모조리 결장했다. 사실 김혜성이 투입될 만한 장면들은 있었다. 어차피 주전은 아니고, 대주자와 대수비가 필요한 상황이 있었다.
그러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잊지 않았다. 토미 에드먼이 1사 후 헤수스 루사르도에게 좌전안타를 날리자 김혜성을 투입했다. 다저스 15명의 야수 중 가장 마지막으로 실전에 투입됐다. 그리고 2사 1루서 맥스 먼시의 중전안타에 2루를 돌아 3루로 향했다.
사실 2사 만루서 앤디 파헤스의 투수 땅볼 때 필라델피아 구원투수 오리온 케커링의 결정적 홈 악송구가 있었다. 포수 J.T 리얼무토가 1루 송구를 지시했으나 케커링은 말을 듣지 않았다. 포스 아웃 상황이라 홈 송구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김혜성은 아웃됐고 경기는 12회초로 이어졌을 것이다. 끝내기 장면만 보면 다저스와 김혜성에게 행운이 따랐다.
결국 김혜성이 먼시의 초구 중전안타에 2루를 돌아 3루에 들어간 게 필라델피아를 뒤흔든 결정적 장면이었다. 먼시는 루사르도의 초구 88.4마일 바깥쪽 스위퍼를 공략했다. 김혜성의 스타트가 빨랐다는 점에서 작전이 걸렸을 수도 있다. 2사였고, 어차피 김혜성이 단독 도루가 가능한 선수이기 때문에 승부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먼시가 안타를 날리면서 김혜성이 무사히 3루에 안착했다.
다저스는 리그 최강의 타선을 보유했다. 그러나 기동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단기전은 1점 짜내기가 아주 중요하다. 필라델피아도 7회부터 마무리 조안 듀란이 올라왔고, 루사르도는 1차전 선발투수였고 5차전 선발투수로 내정된 상태였다. 탑 롭슨 감독은 내일이 없는 승부를 펼쳤다. 단기전은 그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저스에 1점을 짜낼 수 있는 발을 보유한 김혜성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 오타니 쇼헤이와 프레디 프리먼, 앤디 파헤스 등이 이번 시리즈서 부진했다. 김혜성이 챔피언십시리즈서 얼마나 경기에 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김혜성을 쉽게 로스터에서 뺄 수 없는 이유가 증명됐다.
더구나 에드먼은 발목이 아프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좋지 않았고, 통증을 안고 경기에 나선다. 기민한 베이스러닝이 불가능하다. 이 경기를 중계한 SPOTV 손건영 해설위원은 김혜성이 앞으로도 에드먼을 백업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