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자르고 '귀화 슈퍼팀' 됐다더니…인도네시아, 월드컵 진출 좌절 → 이라크에 0-1 패배 "네덜란드 감독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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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축구가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감독이 이끈 인도네시아는 12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4차예선 B조 2라운드에서 이라크에 0-1로 패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에 2-3으로 졌던 인도네시아는 2연패를 기록하며 39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 꿈이 다시 미뤄졌다. 최소한 1승은 거뒀어야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는 5차예선행이 가능했는데 2패로 짐을 쌌다.
경기 초반 인도네시아는 의욕적으로 나섰다. 이라크와 전반 내내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거친 경기가 이어졌다. 전반까지는 인도네시아가 점유율 55%로 근소하게 앞섰지만, 결정력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판정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중국 출신 마닝 주심의 애매한 판정이 잇따르며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불만이 커졌다. 인도네시아는 경고만 6장을 받았고,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31분 이라크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에 골망이 흔들리면서 결승골을 헌납했다.
이후 경기는 혼란스러웠다. 이라크 선수들이 노골적으로 시간을 끄는 침대 축구에 나섰고, 관중석에서는 분노한 팬들이 물병을 던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추가시간은 무려 11분이 주어졌지만, 계속해서 버티는 이라크에 인도네시아는 힘을 더 이상 쓰지 못하고 무득점으로 무너졌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인도네시아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경기력 부진과 함께 토종 선수보다 귀화자를 선호했던 그동안 대표팀의 운영에 크게 실망한 모습이었다. 인도네시아 매체에 따르면 현지 팬들은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 회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클루이베르트 감독과 함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클루이베르트 감독은 “미래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 지금은 차분히 돌아볼 때”라며 거취에 대한 명확한 답을 피했다.
한때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매직’으로 변화를 꿈꿨다. 한국인 사령탑 신태용 감독 부임 후 인도네시아를 '탈 동남아'시키며 아시아 무대에서 다크호스로 거듭났다. 월드컵 3차예선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하며 신태용 감독을 향한 지지가 상당했다.
PSSI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지난 1월 돌연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면서 균열이 시작됐다. 귀화 선수 활용이 소극적이었다는 이유였지만,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상황에서의 교체는 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후임으로 부임한 클루이베르트 감독은 선수 시절 네덜란드 전설이었던 명성을 앞세워 혼혈 선수들을 데려오는데 앞장섰다.
그 결과 네덜란드계 혼혈선수에게 대거 시민권을 부여한 인도네시아는 대표팀의 가치가 1,000억 원에 육박한다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통계를 앞세워 귀화 슈퍼팀으로 불렸다.
그러나 4차예선까지 확실한 전술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번 이라크전 패배는 단순한 경기 결과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신태용 체제 아래에서 잠시 빛났던 불꽃이 사라지면서 인도네시아는 다시 혼돈의 시기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