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스'의 흥행을 보며, '임창정표 코미디'가 그리워졌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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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8월, 그는 '소주 한 잔'의 서사를 잇는 애절한 발라드 신곡 '보고싶지 않은 니가 보고싶다' 를 발표하며 '가수 임창정'의 건재함을 알렸다. 데뷔 30주년 기념 전국투어 '촌스러운 콘서트'로 팬들을 만나는 등 그의 활발한 행보를 지켜보면서, 마음 한편에선 다른 종류의 갈증이 더욱 짙어진다. 바로 '배우 임창정'의 부재다. 그의 마지막 영화 주연작이 10년도 더 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 그리움은 더욱 선명해진다.
스크린에서 사라진 남자, 그의 빈자리
우리는 한동안 '장르 임창정'이라 불리던 독보적인 코미디를 잊고 살았다. 2000년대 극장가를 휩쓸었던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위대한 유산' 속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가. 그는 한없이 찌질하고, 비루하며, 끊임없이 망가졌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밑바닥 인생 속에서 눈물을 훔쳤고, 그의 어설픈 허세 속에서 희망을 보았으며, 그의 바보 같은 순정 앞에서 함께 가슴 아파했다. 그의 코미디는 단순한 웃음이 아니었다. IMF 시절을 관통하며 살아남은 우리네 서민들의 정서가 녹아있는 가장 한국적인 '해학'이었다.
임창정의 필모그래피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사실상 멈춰있다. '가수 임창정'의 성공 가도가 계속되는 동안, '배우 임창정'의 시계는 멈춰버린 것. 임창정이 없는 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그의 자리는 공석으로 남았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그만의 독보적인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B급 코미디의 부활, 그러나 왕의 자리는 비어있다
공교롭게도 지금, 극장가에는 B급 코미디의 유쾌한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보스' 는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30만 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차기 보스 자리를 서로에게 '양보'하려는 조폭들의 이야기라는 기발한 설정과 조우진, 정경호 등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은 관객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OTT에서는 날것의 웃음을 선사하는 리얼리티 예능이 대세다. 진지하고 무거운 서사에 지친 대중이 다시 한번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가 '배우 임창정'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가 '완벽히 망가질 수 있는' 거의 독보적인 배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잘생김을 내려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톱스타의 권위를 기꺼이 내던졌다. '색즉시공'의 은식처럼,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비굴해지고, 친구들을 위해 기꺼이 바보가 되었다. 그의 '망가짐의 미학'은 관객들에게 경계심을 허물고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가수 임창정은 이미 무대 위로, 그리고 우리의 신곡 플레이리스트 위로 돌아왔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하지만 배우 임창정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당연히 흥행 스코어를 누구보다 따지는 냉정한 영화계에서, 또 영화 제작자, 투자자의 입장에선 '임창정'의 컴백은 물론 대단한 모험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바람을 비현실적인 희망으로도 치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