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미연은 ‘음색’ 미인이다 [이승록의 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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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아이들 멤버 미연이 3일 미니 2집 ‘마이, 러버(MY, Lover)’를 발표했다. 3년 6개월 만의 솔로 앨범이다. 1집은 ‘마이(MY)’였다. ‘나의(my)’라는 뜻이지만, 미연(MIYEON)의 이니셜도 의미한다. 그만큼 아티스트 미연의 정체성을 온전히 담아낸 앨범들이다.
전작 ‘마이’는 청량하고 역동적이었다. 2022년 4월에 발표하며, 봄과 여름의 교차점을 음악으로 포착했다. 타이틀곡 ‘드라이브(Drive)’는 감성적인 사운드 위에서 미연의 폭발적인 보컬이 매끄럽게 펼쳐진다. 미연의 목소리가 희망을 머금고 도시의 도로 위를 질주한다. 마지막 트랙 ‘소나기’는 아이들 멤버 우기가 작곡한 노래로, ‘드라이브’로 고조된 열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앨범의 템포를 조절한다.
반면, 2집 ‘마이, 러버’에는 ‘사랑’을 주제로 깊은 가을의 정서가 스며 있다. 보컬에 드리운 힘을 덜어내고 감정의 밀도에 집중한 것이 이번 앨범의 핵심적인 변화다. 선공개곡 ‘리노(Reno)’를 필두로 타이틀곡 ‘세이 마이 네임(Say My Name)’, 마지막 트랙 ‘쇼(Show)’까지 7개 트랙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서사처럼 짜여 있다. 각 곡을 따로 듣는 것도 좋지만, 앨범 전곡을 순서대로 들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선의 변화가 중독적이다.
‘리노’는 사랑이 집착으로 변모하며 파국으로 치닫는 순간을 노래했는데, 이전의 미연에게서는 볼 수 없던 거칠고 날카로운 보컬이 곡의 감성을 극대화한다.
‘세이 마이 네임’은 미연의 가창 역량이 집대성된 정점이다. 이별 후 밀려오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담아낸 만큼 곡 전개는 섬세하게 설계돼 있으며, 미연은 이를 특유의 정교한 가창력으로 한 음 한 음 세밀하게 불러냈다. 가사와 미연의 목소리에 깊이 귀 기울이다 보면, 사랑과 이별의 감정적 굴곡이 한 사람의 내면을 얼마나 집요하게 사로잡는지 체감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미연은 뛰어난 가창력이 실력만큼 빛을 발하지 못한 편에 속한다. 화려한 미모에 메인 보컬로서의 역량이 가려졌던 탓이다.
그러나 미연의 음색은 그의 결정적인 장점이다. 맑은 음색 안에 살짝 섞인 허스키함은 미연의 보컬이 복합적인 감정을 노래할 수 있는 이유다. 이 미세하게 거친 질감이 오히려 미연의 목소리에 고유의 색깔을 입히며, 다른 보컬들과의 차별점을 갖게 한다. 깨끗하면서도 애절하고, 투명하면서도 아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