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M] 일단 꾹 참고 본다면…재미는 '다 이루어질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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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M] 일단 꾹 참고 본다면…재미는 '다 이루어질지니'★★★](https://img1.daumcdn.net/thumb/S1200x63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6/iMBC/20251006180248481hjyc.jpg)
왜 명절 연휴를 런칭 시점으로 택했는지 알 것 같은 '다 이루어질지니'다. 긴 시간 동안 인내심을 갖고 후반까지 함께한다면, 비로소 그 많았던 말들의 의미가 빛을 낸다. 추석연휴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극본 김은숙)가 베일을 벗었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천여 년 만에 깨어난 경력 단절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가 감정 결여 인간 가영(수지)을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이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넷플릭스는 지난 3일 공개 후 단 하루 만에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시리즈’ 1위에 오르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고 홍보했다. 드라마는 아랍 지역에서 전승되던 정령 지니 설화를 차용했다. 해외 문화를 다뤘던 국내 작품들이 대부분 서구권에 천착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꽤 흥미로운 세계관 설정이다. 낯선 아랍 문화에 호기심을 갖게하면서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으로 한국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램프의 정령 지니'를 가져다 놓아 불편한 거리감은 줄였다. 그 익숙함을 위해, 주인공들은 스테레오타입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철저히 지켰다. 김우빈은 애니메이션 속 정령 지니의 활기와 과잉된 감정을 그대로 재현했고, 수지는 어느 미디어에서나 답습하던 사이코패스의 캐릭터성을 똑같이 유지했다. 사탄과 사이코패스라는 유사한 겉모습과는 달리, 양 극단에 위치한 내면의 대립을 지켜보는 재미와 그로 발생하는 케미가 있다. 내내 무표정을 유지하며 캐릭터성을 지키는 수지의 연기는 처음엔 어색함이 느껴지지만, 김우빈의 엄청난 에너지에 맞서는 카리스마로서는 제 역할을 해낸다. 더 흥미로운 건 아랍 설화와 불교 사상을 작품에서 융합하려는 시도다. 윤회 사상과 전생의 업보, 권선징악, 인과응보 같은 것들이 소원으로 말미암은 인간의 타락을 조명한다. 세 가지 소원을 빌어도 타락하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알라딘과는 달리, 지구 반대편 한국의 불교 사상을 덧입혀 재해석된 주제는 악의 평범성이다. 작품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인간들의 악의 평범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보여준다. 전생의 가영에게 당한 과거를 잊지 않고 복수하기 위해, 세 가지 소원을 빌도록 해 타락시키려는 지니의 시도는 '이미 타락했다고' 손가락질 받는 사이코패스 가영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첫 번째 소원으로 시작된 '인간의 타락함을 증명하자'는 지니와의 내기는, 가영을 손가락질하던 '평범한' 인간들의 타락을 보여주며 작품의 주제성을 강화한다. 가영을 제외한 다섯 인간이 소원으로 인해 어떻게 타락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다. 메인 플롯으로 생각하며 시청하던 권선징악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지니와 가영을 둘러싼 거대한 운명의 이야기가 진짜 메인 이야기로 등장한다. '병맛'으로 눈을 흐리던 극 초반부가 지나고 나면, 아랍 설화와 고려 역사를 배경으로 한 굉장히 거시적인 떡밥이 무수히 쏟아진다. 이 점에선 김은숙 작가의 전작 '도깨비'가 아른거린다. …